마케팅 치트키

리드마그넷을 그만 만들기로 했어요

리드마그넷을 아무리 찍어내도 다운로드가 열 명 남짓인 이유, 그리고 자료를 숨기는 대신 공개하는 쪽으로 B2B 리드 전략을 바꾼 경험을 근 2년간 여러 광고주와 일하며 정리했습니다.

수빈 2026.07.09 10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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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마그넷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요즘 B2B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치고 있으면 근 1~2년 사이 이 단어를 지겹도록 마주치셨을 거예요. 당장 인스타그램만 열어도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에 올리브영 매출 전략집, 토스 광고 리포트 같은 자료를 다운받아 보라는 광고가 넘쳐나잖아요. 이게 지금 B2B 마케팅의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짚고 넘어가면, 리드는 B2B에서 잠재 고객을 부르는 말이에요. 그 리드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자료라고 해서 리드마그넷이라고 부르고요. 꼭 이메일만 받는 장치는 아니에요. 리드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면 뭐든 끌어내는 게 목적인데, 요즘은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보내며 리드를 데우는 방식이 워낙 보편화돼서 주로 이메일 주소를 받는 것뿐이죠.

저도 이 공식을 믿고 근 2년간 수많은 광고주의 리드마그넷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만들 만큼 만들어 본 제 결론은, 더는 예전처럼 리드마그넷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개수를 확 줄이고, 이메일을 받겠다고 꽁꽁 숨겨두던 자료를 차라리 다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그래서 지금은 리드 확보를 어떻게 다시 보고 있는지 풀어볼게요.

다운로드 대시보드 목업. 트렌드 리포트·사례집·로드맵·플레이북·가이드북 카드가 그리드로 놓여 있지만 각 다운로드 수는 한 자릿수이고, 우측 상단에

리드마그넷만 수십 개 만든 지난 2년

제가 함께 일한 곳들은 대부분 이제 막 마케팅에 발을 들인 초기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저도 교과서대로 움직였죠. 퍼널 맨 위에 좋은 자료를 미끼로 걸어두면 이메일이 모이고, 그 명단에 정성껏 뉴스레터를 보내며 데우면 언젠가 문의로 이어질 거라고요. 이 자료 하나하나가 손이 얼마나 가는지 아마 만들어 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리서치하고 목차 잡고 디자인까지 입히면 리포트 한 편에 며칠이 훌쩍 갔어요.

그렇게 공들여 쌓아 올린 결과가 어땠을까요. 다운로드는 늘 열 명 언저리에서 멈췄어요. 어렵게 이메일을 남긴 소수마저도 지금 살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자료가 필요해서 받아 간 경우가 많았고요. 초기 브랜드는 세일즈 로직 자체가 아직 촘촘하지 않은 편이라, 그 명단을 데워 문의까지 끌고 가는 힘도 약했어요. 큰맘 먹고 열심히 너처링을 해봐도 전환율은 늘 기대보다 한참 아래였죠. 자료가 부족했나 싶어 더 좋은 걸 만들면, 이번엔 그 좋은 자료가 또 조용히 묻히고요.

여기서 저는 한동안 콘텐츠 탓을 했어요. 자료가 덜 매력적인가, 제목이 약한가 하면서요. 그런데 아무리 뜯어봐도 자료의 품질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어요.

정작 받는 사람이 없는 진짜 이유

받는 사람이 없는 이유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쳐 있었어요.

왼쪽 브라우저 창의 리드마그넷 다운로드 폼에 이메일·전화번호·회사 입력칸이 있고 커서가 창을 벗어나는 사이, 오른쪽 AI 채팅 창에서는 같은 질문에 몇 초 만에 답이 나오는 장면

먼저 요즘은 광고 없이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것부터가 어려워요. 검색해서 들어와 자료까지 받게 하려면 결국 광고비를 태워야 하는데, 초기 브랜드에 그 예산이 넉넉할 리 없죠. 검색 결과 안에서 AI가 답을 다 요약해 주다 보니 사람들이 페이지를 눌러 들어오는 일 자체가 줄었고요. 이걸 두고 제로클릭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클릭 없이 답만 얻고 떠나는 흐름이에요.

두 번째는 리드마그넷이라는 말이 너무 흔해졌다는 거예요. 이제는 어딜 가나 자료 하나 걸어두고 이름에 연락처, 회사까지 입력하라고 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반대로 개인정보를 남기는 데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잖아요. 저부터도 그래요. 어디서 좋은 자료 준다고 이메일이랑 전화번호를 남기라고 하면, 웬만하면 그냥 창을 닫아요. 몇 번 그러고 나면 광고 전화랑 마케팅 메일이 며칠씩 따라붙는다는 걸 아니까요.

마지막이 결정적인데, 이제는 그 자료가 없어도 궁금한 걸 AI가 다 풀어줘요. 예전 같으면 리포트를 받아야 알 수 있던 내용을, 요즘은 그냥 AI에게 물어보면 몇 초 만에 정리해 주거든요. 그러니 굳이 내 정보를 내주면서까지 자료를 받을 이유가 사라진 거예요. 미끼의 매력이 통째로 약해진 셈이죠.

숨기는 마케팅에서 공개하는 마케팅으로

그래서 저는 방향을 아예 틀기로 했어요. B2B 마케팅을 정보를 숨기는 쪽이 아니라 여는 쪽으로요.

생각해 보면 리드마그넷은 결국 “좋은 걸 알려줄 테니 대신 네 정보를 내놔” 하는 거래였어요. 그런데 그 좋은 걸 이제 AI가 공짜로 더 빠르게 알려주는 시대가 됐죠. 그렇다면 자료를 숨겨두는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고, 저는 차라리 반대로 가보기로 했어요. 리드마그넷으로 꽁꽁 싸매던 양질의 데이터랑 노하우를, 잘 정돈한 공개 콘텐츠로 그냥 다 풀어버리는 거죠.

왼쪽

이렇게 여는 데는 분명한 이득이 있어요. 어떤 구매 담당자가 AI에게 “이 분야 괜찮은 업체 좀 추천해 줘” 하고 물었을 때, 자료를 다 잠가둔 회사는 AI가 읽을 게 없으니 답변 후보에서 아예 빠져요. 반대로 아는 걸 정돈해서 열어둔 회사는 AI가 읽고 인용하죠. 정보를 감출수록 AI가 참고하는 세계에서 내 존재가 지워지고, 열어둘수록 AI가 나를 이 분야 전문가로 인식하는 거예요. 발견되는 콘텐츠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는 제가 GEO 시대 블로그를 두고 쓴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뒀어요.

물론 다 열어두면 리드는 어떻게 받느냐는 걱정이 바로 따라와요. 저도 그 지점에서 한참 멈췄고요. 그런데 답은 리드마그넷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옮기는 데 있었어요.

리드마그넷을 남겨둘 단 하나의 자리

그럼 리드마그넷을 아예 버렸냐고요? 그건 아니에요. 역할만 완전히 바꿨어요.

예전엔 리드마그넷이 더 많은 이메일을 긁어모으는 미끼였다면, 지금은 정말 뜨거운 리드에게만 손을 내미는 접점으로 남겨둬요. 데모 신청이나 서비스 소개서처럼, 진짜 살 마음이 있는 사람만 누를 법한 것들이요. 흔한 정보성 자료는 다 공개해서 발견되게 하고, 이렇게 구매에 바짝 다가선 자료만 폼 뒤에 남기는 거죠.

세로 퍼널 목업. 위쪽 넓은 층은 자물쇠가 풀린 공개 콘텐츠, 아래로 갈수록 좁아져 맨 끝 뜨거운 리드 단계에서만 이메일 한 칸짜리 데모 신청 폼이 놓인 장면

받는 방식도 최대한 가볍게 바꿨어요. 이름에 직급, 전화번호, 회사 규모까지 줄줄이 받던 걸 그만두고, 업무용 이메일 하나 정도만 받아요. 어차피 여기까지 내려온 사람은 이미 살 마음이 어느 정도 선 사람이라, 정보를 캐내는 것보다 허들을 낮춰 놓치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폼이 길수록 뜨거운 리드마저 중간에 창을 닫아버리니까요.

이렇게 바꾸면 명단에 모이는 숫자는 예전보다 확 줄어요. 처음엔 그게 불안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정상이더라고요. 위에서 미끼로 긁어모은 미지근한 이메일 수백 개보다, 스스로 손 든 소수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확률이 비교가 안 되게 높았어요.

점수 매기기 대신 흔적 좇기

여기까지 오면 진짜 고민이 하나 남아요. 정보를 거의 안 받는데, 그럼 이 사람이 얼마나 뜨거운 리드인지는 어떻게 아느냐는 거죠. 요즘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질문이기도 해요.

기존 방식은 흔히 MQL 스코어링이라고 불러요. MQL이란 마케팅팀이 “이 사람은 영업에 넘겨도 되겠다” 하고 점찍은 리드를 말하고요. 이걸 가르려고 폼에서 회사 규모랑 직급, 예산, 도입 시기까지 최대한 캐물어서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요. 정보를 많이 받아낼수록 정확해지는 방식이죠.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흐름대로 폼을 다 걷어내고 나면, 이 점수판은 애초에 채울 칸이 없어져요.

위쪽은 입력값이 빈 예전 MQL 점수표, 아래쪽은 비용 자료 받음에서 가격 페이지 재방문을 거쳐 지금 여기로 이어지는 행동 흔적 타임라인과

그래서 저는 반대쪽에서 접근하기로 했어요. 궁금한 걸 캐물어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좇아서 가능성을 좁혀가는 거예요. 무슨 정보를 입력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했느냐를 보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누군가 우리 비용 관련 자료를 받아 갔다면, 그 행동 하나로 이미 많은 게 읽혀요. 아, 이 사람은 지금 가격이 궁금하구나. 그럼 다음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비용이 고민되셨죠, 저희 건 이런 이유로 합리적인 편이에요” 쪽으로 건네요. 반대로 어떤 사람이 연락처를 남기기 전에 성공 사례 콘텐츠만 유독 오래 들여다봤다면, 그건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는 신호죠. 그럼 “다른 곳은 이렇게 풀었어요” 하고 사례를 하나 더 얹어주고요.

핵심은 그 사람이 직전에 한 행동에 기대어 다음 수를 둔다는 거예요.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 점수판을 채우는 게임에서, 남긴 발자국을 읽어 확률을 좁혀가는 게임으로 옮겨가는 거죠. 정보를 덜 받는 대신 행동을 더 세심히 보는 쪽이라, 오히려 요즘 사람들이 개인정보에 예민해진 흐름과도 잘 맞더라고요.

리드는 긁어모으는 게 아니라 좁혀가는 것

정리하면 제 지난 2년의 결론은 이래요. 리드마그넷을 하나 더 찍어내는 일에 매달리는 대신, 무엇을 열고 무엇만 남길지 판을 새로 짜는 게 먼저였어요. 아는 건 다 공개해 AI와 사람 모두에게 발견되고, 리드마그넷은 뜨거운 리드에게만 가볍게 손 내미는 자리로 남기고, 그 뒤엔 흔적을 좇아 좁혀가는 거죠.

솔직히 이게 정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해요. 저도 이제 막 이 방식으로 갈아타는 중이라, 아직은 손으로 더듬어 가고 있거든요. 다만 리드마그넷만 수십 개 쌓아두고 다운로드 숫자에 허무해하던 때보다는, 방향이 훨씬 또렷해진 느낌이에요.

혹시 이미 자료를 다 열어보는 실험을 해보신 분이 있다면, 결과가 어땠는지 정말 듣고 싶어요. 저는 반년쯤 굴려보고 이 방식이 진짜 통했는지, 아니면 제가 뭘 놓쳤는지 다시 한번 글로 정리해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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